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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희 기자 |
'착한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창립 9주년 기념 집담회를 열었다. 한 발제자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얘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협동조합을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다”고 단언한 것을 보면 센터가 선정한 주제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협동조합 외에도 총재를 노벨평화상까지 받게 했던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재벌을 비롯한 기업가의 기부 재단설립 같은 착한 자본주의의 대표 의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분석한 이는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이다. 김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를 ‘신기루’에 비유하고, “신자유주의를 대리·보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담론이 '사회적인 것=윤리적인 것=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에 기초해 있다”며 “불평등·억압·배제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런 문제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신기루를 창출한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사회적 경제가 나쁜지, 좋은지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것’ 앞에서 이론적·실천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들에게 고리의 소규모 대출을 해 주고 그들이 소득을 얻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 빈곤을 퇴치했다는 칭송을 받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호영 인도 자다푸르대학 사회학 박사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탈신비화 하기’라는 논문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고리대금업을 부추기고, 제대로 쓰이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그라민은행과 대출을 취급하는 비정부기구(NGO)들은 가난한 여성들이 대출의 수혜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출의 95%는 남성들이 사용한다”며 “연구하는 동안 만난 농촌 남성들은 ‘그들의 부인은 그들의 것이니 돈은 당연히 남성들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용대출 NGO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높은 상환율을 유지하는 것이지 개별 차용자들을 훈련하는 게 아니다”며 “50%를 대출에 갚고 나머지 50%를 돈을 빌려 주는 데 투자하는 식으로 고리대금업을 재생산했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 참석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국제적으로 CSR운동은 금융 분야에서 투명경영이나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며 “기업의 왜곡된 CSR를 수행하고 국제기구들은 통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른바 ‘박애자본주의’에 대해서도 “기부금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그 돈이 다시 자선활동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금융투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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