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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현재현 회장 사죄 이면… 그룹은 해체 위기인데 총수 일가 이득만 챙겨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하고 비통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현 회장의 사죄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흘리는 ‘악어의 눈물’과 다름없다. 꼼수를 멈추고 사재를 털어 해결하라.”(동양
증권 노동조합)
동양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7일로 일주일째다. 그사이 (주)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 계열사가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고,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5만명 가까운 개인투자자는 최대 1조7000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동양증권 창구에서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팔아온 한 직원은 죄책감에 목숨을 끊었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경영진이 보여준 노력이라곤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한 e메일 한 통뿐이다. 게다가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회장 일가가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38위 동양그룹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총수 일가의 이익만 지키려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해체 위기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현 회장은 지난 3일 언론에 보낸 e메일에서 “마지막 남은 생활비 통장까지 꺼내 CP를 사 모았지만 결국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며 “추가 피해를 줄이고자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은 지난 1일과 지난달 30일 동양증권
대여금고에
보관했던 물품을 찾아가고, 개인 계좌에서는
현금 6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이 침몰하기 시작하자 총수 일가가 먼저 탈출하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금융감독원은
조사에 나섰다.
동양그룹에는 주식을 산 주주와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있지만 총수 일가는 자기 살길만 모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비교적 우량한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선택한 건 채권단의 간섭을 피하고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양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1500억원어치를 증여하려 했던 것도 현 회장 일가의 ‘가족기업’인 동양네트웍스만 살리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동양증권에 대한
영업정지 시도 역시 총수 일가 지분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생각해낸 치졸한 수단이었다.
시민단체와 동양증권 노조가 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등 동양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측은 “경영권을 살리고 지분을 챙기고자 계열사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동양그룹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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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0062246225&code=9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