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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민의 눈물은 3년째 흐른다 (시사인)
등록일 2014-03-17 10:37:2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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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눈물은 3년째 흐른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저축은행 사태가 3년 만에 마무리되고 있다. 정치권·금융 당국·저축은행이 결탁해 서민들 돈을 ‘강탈’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했다. 가해자 상당수는 무죄로 풀려나고 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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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승인 2014.03.17  08:06:47
 

  
  

 

 

 

  


     
 

 

 
정치권과 경제계는 물론 금융 당국까지 얽힌 총체적 권력형 부정부패인 저축은행 사태가 슬그머니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에 이은 항소심이나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비리 혐의자인 고위 공직자 및 정치인들에게 잇따라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장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 이석현 민주당 의원,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등이 그들이다. 사법부의 판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축은행에 예금했거나 후순위 채권(변제 순위가 늦은 대신 금리가 높은 채권)을 매입했다가 돈을 떼인 피해자들의 원성은 여전히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국저축은행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25일 감사원에 금융 당국 및 사법 당국(혐의자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린)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미 사법적 판단이 끝난 마당에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감사원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위)은 3년째 ‘가해자에겐 응당한 처벌을, 피해자에겐 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시사IN 윤무영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위)은 3년째 ‘가해자에겐 응당한 처벌을, 피해자에겐 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금융 당국의 변명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집단행동은 무지의 소산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상품을 매입한다는 것은 그로 인한 수익과 손해를 모두 감수한다는 의미다. 그 수익과 손해는 ‘자율적인 소비자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회장들의 탐욕과 불법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종합하면, ‘무지한 고객이 탐욕에 젖은 저축은행의 불완전 판매(저축·채권 등 금융상품 내용을 잘 설명해주지 않고 판매)에 넘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말이 된다. 그 말대로라면 금융 당국 역시 순진무구한 ‘선의의 피해자’일 뿐이다. 손실은 당연히 ‘고객 책임’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금융 당국 측의 이 같은 논리에 맞서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감사원까지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그 이유를 알려면 저축은행 사태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1년 상호신용금고들은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소액 대출을 공격적으로 시작한다. 2005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자 저축은행은 위험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매진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경우 부도 위기에 몰릴 정도로 위험한 투자였지만 동시에 높은 대출금리가 약속된 짭짤한 돈벌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저축은행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에 빌려줬던 돈을 상환받지 못하게 되면서 재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가해자인 금융 당국, 피해자만 탓해

 그러나 이후에도 한동안 저축은행은 멀쩡해 보였다. 경영진은 여전히 높은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영업정지를 당해야 마땅한 부실 저축은행이 재무제표를 조작해 우량 금융기관처럼 행세하며 서민들의 저축을 계속 유치할 수 있었다. 저축은행들은 심지어 위험한 후순위채까지 높은 금리를 준다며 서민들에게 팔았다. 이런 행태가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저축은행의 뒤를 봐주고 대가(돈과 자리)를 챙긴 유력자(정치인)와 유력 기관(금융 당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하반기쯤에 이르면 ‘상당수 저축은행이 파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금융 당국은 또다시 “저축은행이 파산 위기라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금융 당국을 믿고 예금을 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1월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가 결정됐다. 2011년 2월17일 금융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부산저축은행 자회사)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영업정지 조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을 정지한 그날에도 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과 재무 상태가 극히 나쁜 다른 5개사를 제외한 “94개 저축은행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고작 7개월 뒤인 2011년 9월에는 제일저축은행 등 7개사, 2012년 5월에는 솔로몬저축은행 등 4개사가 영업정지되었다. 금융감독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고객들만 바보가 된 것이다.

원래 시중은행·저축은행 등이 예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해준다. 그런데 1인당 5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더욱이 후순위채를 매입한 시민들은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피해자들이 억울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금융상품을 거래한 것이 아니라 사기를 당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발표(‘저축은행 경영은 정상적이다’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와 ‘아무 걱정 말라’는 저축은행 직원들의 말을 믿었다가 사달이 난 것 아닌가. 더욱이 고객들을 안심시킨 금융 당국 직원 중 일부가 저축은행 사태의 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저축은행 경영진과 결탁해서 감독을 게을리하거나 심지어 부실 상황까지 감춰주었다. 저축은행 고객 중 정말 부자나 ‘끈 있는’ 사람들은 미리 영업정지 정보를 알고 돈을 빼가기도 했다. 결국 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들이 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찼고, 이상득·정두언 등 집권당 정치인들 역시 저축은행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인 금융감독 당국이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앤캐시 등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

 더욱이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도 부유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빈곤한 편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으려고 저축은행에 예금한 것이다. 구체적 통계를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서민과 노년층이다.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63세, 월평균 소득은 115만원에 불과하다. 한 피해자는 “은행 앞에 ‘저축’이란 말이 들어가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피해자 처지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힘 있는 자’들이 결탁해서 서민 돈을 강탈해간 사건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어떤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다. 혐의자들에게 잇따른 무죄판결이 내려진다면, 다른 ‘진범’이라도 밝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에 대한 추가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은 명백하다. ‘가해자에겐 응당한 처벌을, 피해자에겐 배상을!’  이 요구는 3년이 지나도록 수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금융감독 기관이 사금융 업체에게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월4일 ‘가교저축은행(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부실 저축은행들)’인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 그리고 예신저축은행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각각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과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를 선정했다. 대부업체로 유명한 러시앤캐시는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게 이번이 열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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