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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치부 과감히 도려내야”
KB국민은행에 새 노조가 출범했다. 사실상 국내 은행권 최초의 복수 노조다. 윤영대 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도쿄 지점 부당대출 등 KB금융의 잇따른 위기의 중심에 낙하산 인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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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승인 2014.03.17 08:07:12
국민은행에 세 번째 노조가 생겼다. 지난 2월11일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받고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다. 한국의 임금 생활자 중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은행권에서 복수의 노동조합이 결성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렇게 출범한 노조가 겨냥한 대상은 누구일까. 3월4일 <시사IN> 편집국에서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윤영대 위원장(57)을 만나 국민은행에 복수 노조가 탄생한 속사정과 앞으로의 노조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국민은행에는 이미 산별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조에 소속된 노동조합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노조를 만든 까닭이 무엇인가?
기존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인원과 돈이 가장 많다. 조합원 수가 무려 1만2000명 정도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투쟁력이 부족하다. 경영진의 낙하산 임명 등을 반대했지만 구호만 외치다 끝나곤 한다. 이렇게 낙하산을 용인하는 관행이 결국 국민은행의 부패를 막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두 번째 노조인 KB노동조합은 임금 관련 소송을 주로 하는 노조로 뚜렷한 활동이 없다. 이번에 우리가 조직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국민은행 경영진의 부패 척결과 노동조건 개선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로 구성됐다. 3월4일 현재 조합원은 약 500명이다. 대한민국의 간판 은행인 국민은행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새살이 돋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KB국민은행 ‘새 노조’가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앞에서 경영진의 문제점을 알리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KB국민은행 ‘새 노조’가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앞에서 경영진의 문제점을 알리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새로 생긴 노조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요청에 ‘제1 노조’라 할 수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의 관계자는 “우리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과 관련해 내부 소식지, 기자회견, 시위, 집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영진에게 거듭해서 책임을 물었다”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홍보부 관계자는 “(새로 생긴 노조는)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는 노조로 (윤영대 위원장이) 거의 혼자 하는 노조일 뿐…”이라고 말을 흐렸다.
은행 직원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노동자다. 그래서 은행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2014년 현재 국민은행이 처한 여러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직원들의 근로조건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계약직 비율이 (은행권에서) 제일 높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 중 40%가 계약직(무기계약직 포함)이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다름없다고 하지만 실은 업무와 임금 모두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임금피크 문제가 있다. 다른 대기업들에서는 정해진 연령에 도달한 뒤 임금이 기존 수준의 90%, 80%…, 이렇게 점차적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단번에) 50%로 깎아버린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못 받는 지점장이 있을 정도다.
계약직 문제 외에 국민은행이 심각하게 처한 문제들은 어떤 것인가?
최근 것부터 보면 우선 5300만 고객의 개인정보를 누출시킨 국민카드 사태가 있다. 국민카드사가 3개월 영업정지를 당하긴 했다. 그러나 국민카드 법인에 징계를 내리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법인을 징계하는 경우 그 피해가 고객에게 이전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에 대한 이중 가해다. 나는 대표자와 사주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성을 가진 은행 같은 곳은 특히 그러하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의 부당대출 사건 역시 궁극적인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5000억원이라는 불법대출 액수가 아니다. 오히려 KB국민은행 도쿄 지점장인 이 아무개씨를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물의를 빚고 재판까지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씨를 도쿄 지점으로 사실상 ‘피신’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인물이 바로 김정태·강정원 전 행장 등이다. 이 외에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대한 투자 실패, 국민카드 합병 시 4400억원 탈세, 국민주택기금 1조8000억원 손실 등 (궁극적으로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사건이 부지기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윤영대 위원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시사IN 신선영
윤영대 위원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동안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는 얘기인데, 이번 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나?
그렇다.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KB국민카드 심재오 사장에게만 책임을 물었다(KB금융지주는 지난 2월2일 KB국민카드 심재오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지주회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임영록 회장이다. 임영록 회장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주도한 낙하산 인사로 알려진 임 회장은 2006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시절,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한도를 80억원에서 무제한으로 풀어준 장본인이다(부동산 호황 당시 저축은행들은 건설사에 수백억원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로 부실을 초래했다). 더욱이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시절이던 2003년 8월에는 수출입은행이 주당 6800원에 취득한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5400원에 론스타로 넘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
새 노조는 ‘주인의식 없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임영록 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문제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때문이라면 두 사람이 퇴진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와 관련해서는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사외이사 8명 중 7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이사회가 ‘서울대 동문회’로 전락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서로 견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출신들이 한국 정치권력의 핵심을 두루 장악하고 있는데, 금융권을 잡고 있는 ‘재경부 마피아’ 중에도 서울대·고시 출신이 많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서울대 출신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은행 임원과 이사를 뽑을 때 노조, 시민단체, 감독기관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청문회를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검찰은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다가도 수사 대상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사건을 종결해버린다. 하지만 새 노조는 KB금융지주의 근본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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