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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융피해자들의 눈물로 금융자본주의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
등록일 2014-01-17 17:59:27 작성자 홍성준 / 사무처장
조회수 3644 연락처 02-722-3229 
금융피해자들의 눈물로 금융자본주의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
 
 
 
1. 맹강녀(孟姜女) 전설을 아시는가. 나는 맹강녀가 전근대 사회에서 아주 아주 많았던 “열녀”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배운 어느 시조에서 맹강녀는 남편을 무척 공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맹강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 세상을 뒤짚어 엎어버린 혁명가였다.
2,200년 전,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사상 최초로 강력한 황제 독재권력을 형성하여 중국을 지배했고, 그에게 도전할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멸망시켰다. 더 이상 중국 내에서 도전자를 찾지 못하자, 마지막 도전자로 북방의 흉노(匈奴)를 지목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다.
만리장성은 중국민중을 강제로 동원, 그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들었다. 한편, 흉노가 진(秦) 나라의 적이 된 것에는 흉노의 약탈도 문제였지만, 오르도스 평원의 광대한 초원을 강제로 빼앗고 몽염(蒙恬)장군의 부대를 주둔하는 등, 진 나라의 도발도 한 몫을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보불안을 조성하여 민중을 억압, 착취하는 통치방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흉노 등 북방민족의 침략에 만리장성은 실상 무용지물이었음은 지금은 물론 당시의 중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을 비롯해서 중국의 많은 황제들은 중국의 많은 민중들을 끊임없이 장성공사에 동원했다.
아무튼, 강제로 민중들을 만리장성 공사에 동원 - 징용을 하였고, 이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많은 민중들은 도망쳤다. 그 중에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유명하다.
그 진시황 시절, 강제노역을 피해 도망친 사람 중에, 범기량(范杞梁)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쫒기는 그는 맹강녀의 집에 숨어들었다. 여기서 도망 중인 청년과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의 시작이다. 얼마간 숨어서 사랑을 나누던 범기량은 결국 관리의 체포로 다시 만리장성 노역장으로 끌려간다.
연인이 끌려 간 후 그녀는 매일같이 울었고, 결국에는 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끌려간 연인을 위해 정성스럽게 지은 겨울 옷가지를 들고, 몇 개의 산을 넘고 여러 개의 강을 건넌 끝에 그가 노역을 하고 있다는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山海關) 근처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가 강제노역을 하다 지쳐 죽었고, 그의 시신을 진 나라 정부는 수습하지도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만리장성 아래에는 억울하게 죽은 연인의 시신이 깔려서 묻혔다는 것이다. 너무도 원통한 맹강녀는 여러 날을 통곡하고 울었다. 어느 순간,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만리장성이 무너져 내리고, 바라고 바라던 연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또한, 범기량과 함께 강제노역 중 죽은 민중들의 수많은 백골들도 드러났다.
마침, 장성을 시찰하러 왔던 진시황은 이 소식을 듣고 진노하여 맹강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군인들에게 끌려온 그녀를 본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진시황은 맹강녀를 죽이기는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오히려 그녀에게 황제 자신(朕)의 “수청”을 들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맹강녀는 분노를 참고 자신의 연인인 범기량의 시신을 수습할 것, 그를 위해 국장을 치러 줄 것, 그리고 그 국장에 진시황이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할 것의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진시황은 이 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국장을 마친 진시황이 드디어 맹강녀를 행궁(行宮)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장성 옆의 바다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하북성(河北省) 산해관 동쪽 7 km 지점에 맹강녀의 묘가 있고, 그 옆에는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멀리 만리장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역사가 아니다. 하지만, 전설의 맹강녀는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고, 잔혹한 황제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것도 당대의 피억압 민중들의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만리장성이 무너지고 드러난 것은 연인의 그리운 몸뚱이와 함께, 통치계급이 숨기고 감춘 잔인무도와 위선, 부패와 무능일 것이다. 맹강녀의 눈물은 진실로 위대하다.
 

2. 요즘 늘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내가 일하는 센터의 사무실도 그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이 일할 동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의 법정관리에서 대부분의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사들인 것에 비하여, 동양의 경우는 채권자들의 95% 이상이 개인 피해자들이다. 그 중 대부분은 5천 만 원 미만의 피해자들이다. 이것이 동양그룹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이며, 본질이다. 이들이 기업회생과 청산을 결정하는 법원의 “관계인집회”를 위해 대표를 뽑아 같은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증권은 자신들 때문에 발행한 전국의 피해자들(원래는 다 동양증권 고객)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으며, 알릴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였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전국 수 만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먼저 나서서 스스로의 피해구제를 위한 투쟁을 하는 피해자들이 우리센터 사무실을 점령한 것이다. 그러니, 좋은 일이다.
최근, 집회장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 이순자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산 출신인 그녀는 지금도 전국의 동양증권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그러면서,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호소한다. 혼자 집에 있지 말라, 그러다가 미친다, 나와서 함께 싸우자...
그녀는 영세한 작은 공장의 노동자라고 한다. 20년을 종일토록 서서 노동해 번 돈, 천여 만 원은 그녀의 전재산이라고 한다. 그 전재산을 동양그룹에게 빼앗긴 것이다. 아마도 삶이 통째로 빼앗긴 것이다. 분노한 그녀는 혼자서 낙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선 것이다. 최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스스로 손가락 잘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것을 보내 자신과 동양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 보내지던 그녀의 잘린 손가락은 경찰의 제지로 막혀 피투성이가 된 그녀가 누어있는 병상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동양피해자들의 투쟁은 첫 성과를 쟁취했다. 검찰이 변제할 의사도, 능력도 없이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어음 등을 ‘사기발행’ 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전직원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기업어음 등을 5만여 금융소비자을 상대로 ‘사기판매’를 주도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즉, 동양그룹 사태의 본질은 “사기”인 것이다.
이로써, 5만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완전한 배상이란 범죄로 인한 피해액 전체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피해를 입은 원금이 아니라, 실제 변제일까지 약속된 이자, 그리고 금융피해자가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 들인 모든 비용까지를 의미한다. 즉, 사기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의 범죄수익 전체를 박탈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의 징벌이 있어야 날로 증가하는 재벌과 금융자본의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내리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 명령을 감안하면, 이 정도 처벌은 오히려 약소하다 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는 “불완전 판매” 운운하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금액 일부 “보상”을 받자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나 “투자실패”와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동양그룹의 사기사건을 처음부터수사하고, 그 주범들을 구속기소한 여환섭 검사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서 쫒아낸 것이다. 그것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말이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과거 BBK사건에서 당시 권력자고 사기피의자인 이명박 여당 대선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어 당선을 도왔던 김후곤 검사를 동양그룹 사기사건을 맡긴 것이다. 누가 보아도,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김후곤 검사에게 과거의 역할을 다시 주문하여, 동양그룹의 현재현 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동양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산 너머 산이다.
동양그룹 사기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그 동안 현재현 등이 전체 그룹의 기업들을 동원하여 미증유의 사기사건을 저지르는 동안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방조하였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현을 해외 순방에 동행하게 하여, 동양그룹의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을 현혹시키는데 가담을 했다.

 
3. 대한민국은 금융피해자들에게 잔인하다. 검찰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당하여 부산저축은행에서 농성을 하였던 김옥주 저축은행비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첫 공판이 신년 벽두, 1월 15일 부산법원에서 열린다.
소위, “저축은행 사태”란 무엇인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금융관료, 정치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저축은행의 예금자, 후순위채 구입자들의 재산을 강탈한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노후자금, 생활자금을 강탈당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구제를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저항을 김옥주 위원장은 피해자들과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에서의 점거농성도 그렇다. 피해자들의 재산이 강탈당하는 범죄 현장을 스스로 지킨 것에 불과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법무법인에 대한 항의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자신들의 재산을 강탈한 저축은행 대주주, 즉 범죄자들을 변호해서 거액의 수임료 챙긴 해당 법무법인과 변호사들이야말로 저축은행사태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저항과 항의를 문제 삼기 이전에 이들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저축은행사태 발생 3년이 지나 언론과 세상의 주목에서 멀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저항에 나섰던 피해자들에게 벌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회공익도, 피해자 인권보호도 검찰에게는 없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과 권력자들의 개가 되어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물어뜯는 짓을 지금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옥주 위원장에 대한 기소를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들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언론은 경쟁적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온갖 호돌갑을 떨며 피해자들을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김옥주 위원장과 피해자들의 어떤 반론도 없이 검찰 발표만 일방적으로 게재하였다. 그 결과,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을 흡사 ‘은행 강도’처럼 둔갑을 시켜 “명예훼손”을 저질렀다. 그들 피해자들이 왜 저축은행에서 점거농성을 했는지, 최소한 이유는 밝혀야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국가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잔인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

 
4. 국가가 금융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되려 죽이려든다고 해서 금융피해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 뒤에는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기사건 피해자 등, 피눈물을 흘리는 더 많은 금융피해자들이 분노의 물결을 이루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금융씨스템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언제나 사기, 투기 등 불법을 동원하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이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부패무능한 금융관료와 정치인들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도, 고용은 파괴하면서 무한한 성장하는 지금의 금융자본주의를 칭송하는 언론과 교육의 거짓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독식은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것이고, 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이 더 이상 수탈당할 것조차 없는 상태가 곧 오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주의 피해자들의 피눈물로 온 세상이 채워질 그 날은 세상이 반드시 크게 뒤집어 질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금융씨스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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